햇살이 부드럽게 피부를 감싸고, 봄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5월의 어느 날, 겨울 내내 움츠렸던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바다를 보고싶다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속삭였습니다. 우리는 바다를 보러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매년 5월, 해운대에서는 '해운대모래축제'가 열리죠. 아이의 손을 잡고 오랜만에 가족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목적지는 부산, 그중에 해운대 바다와 모래..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이 어우러진 그 풍경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따뜻하고, 한없이 평화로웠습니다.
해변에 도착하자 아이는 신이 나서 모래 위를 종종걸음으로 달렸고, 저 멀리 거대한 모래 조각들이 줄지어 서 있는 풍경에 우리는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마치 모래로 만든 동화 속 성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것처럼, 하나하나가 예술이었죠.
모래로 만든 상상력의 놀이터 (해운대 모래축제)
축제의 주제는 해마다 달라지지만, 변하지 않는 건 아이와 어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진심 어린 감동입니다.
아이는 모래 체험장에서 작은 손으로 삽과 바가지를 이용해 자신만의 모래성을 만들며 무한한 상상력을 펼쳤고, 저는 그 옆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봤어요.
이 축제는 단지 모래를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라, 모래 위에 나만의 이야기, 가족만의 추억을 직접새겨 넣는 자리였습니다.
가족 단위로 방문한다면 오전에 방문하는 것이 좋아요. 사람이 덜 붐비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모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답니다.
체험 프로그램은 선착순이니 미리 시간표를 확인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축제 기간 : 2025년 5월 16일 ~ 5월 19일
해운대모래축제에서 꼭 즐겨야 할 대표 프로그램
1. 세계 모래작가 초청 모래조각 전시
해운대 해변 전체가 야외 미술관으로 변신합니다.
국내외 유명 모래 조각가들이 참여해 만든 거대한 작품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섬세하고 정교합니다.
해마다 다른 테마(예: 영화, 신화, 환경 등)로 구성되어 매년 색다른 감동을 선사해요. 작품 옆에는 설명판이 있엇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감상하면 더욱 풍성한 시간이 돼요!
낮에도 멋지지만, 밤에는 조명 연출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해 질 무렵 방문하면 두 가지 분위기를 모두 느낄 수 있습니다.
2. 아이들을 위한 모래 체험 프로그램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 직접 모래를 만지고, 만지작거리며 무언가를 만들어볼 수 있는 공간이에요.
주요 체험: 미니 모래성 만들기, 미끄럼틀 모래 놀이터, 모래 속 보물찾기
소요 시간: 약 20~30분, 보호자 동반 필수
오전 시간에 가면 대기 시간이 짧고, 그늘막이 적으니 모자, 선크림, 물은 필수입니다!
3. 주말에만 열리는 모래 퍼포먼스 & 플래시몹
샌드아트 공연: 대형 스크린에 모래로 그림을 그리는 실시간 퍼포먼스는 정말 예술 그 자체입니다.
댄스 플래시몹: 시민과 관광객들이 함께 참여하는 댄스 공연! 음악에 맞춰 즐겁게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죠.
일정표를 미리 확인하고 자리를 맡아두면 좋습니다.
4. 지역 예술가들의 버스킹 & 문화공연
전통 국악부터 인디 밴드, 마술쇼, 풍선 아트 등 다양한 장르가 해변에서 이어집니다.
간이 돗자리나 작은 방석을 챙기면 더 편하게 즐길 수 있어요.
5. 포토존 & SNS 이벤트
모래 작품 사이사이에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 사진 남기기 좋아요.
축제 공식 계정 해시태그 이벤트도 열려서, 참여하면 부산 특산품이나 기념품을 받을 기회도 있습니다.
사진은 오전 햇살이 부드러울 때와 해 질 무렵 황금 시간대가 가장 예뻐요!
축제 이후, 바닷바람을 따라 이어진 웃음들
축제를 즐기고 나서 우리는 조금 더 부산을 느껴보고 싶었어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일정을 짰죠.
부산 아쿠아리움에서 바닷속 친구들을 만나고,
저녁에는 광안리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해 질 녘, 황금빛 석양 아래 다리 불빛이 켜지는 순간을 함께 바라봤습니다.
해변에 앉아 바라보는 광안대교의 불빛은 마치 하늘과 바다가 손을 잡는 순간처럼 아련했어요.
아이와 나란히 앉아 과자를 나눠 먹으며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 속엔 가족만이 나눌 수 있는 깊은 평화가 있었습니다.
한참의 침묵 뒤에밤하늘 아래에서 아이가 말했어요. "엄마, 우리 내년에 또 올까?"그 한 마디에, 하루의 피곤함이 눈 녹듯 사라졌죠.
도심 속 자연, 마음의 쉼표를 찍다
다음 날 아침, 부산시민공원으로 향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그곳은 놀랍게도 자연의 품처럼 포근했어요.
아이의 위한 놀이터와 분수, 잔디밭이 널찍하게 펼쳐저 있었고, 곳곳에 설치된 체험 공간은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돗자리를 펴고 간단히 싸온 샌드위치와 주스를 꺼냈습니다.
도시락을 먹으며 듣는 새소리, 바람에 흩날리는 나무잎 소리,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까지.
아이는 잔디 위를 달리며 비눗방울을 불었고, 그 비눗방을이 햇빛을 받아 무지갯 빛으로 반짝이는 순간, 시간이 멈춘듯 행복합니다.
오후엔 감천문화마을로 이동하여, 알록달록한 벽화 마을을 걸으며 아이는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 두 눈을 반짝였고, 사진 찍히는 걸 쑥스러워하면서도 포즈를 취해줍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보이는 부산의 풍경이 참 다정하게 느껴집니다.
여행은 우리만의 계절, 우리만의 추억, 기억의 모래성을 쌓는 일입니다.
여행은 새로운 걸 보고, 먹고, 경험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과 추억을 쌓는 시간이 아닐까요?
해운대모래축제는 그 시작을 따뜻하게 열어주었고, 부산의 곳곳은 그 추억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5월의 부산은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계절이 될 거예요.
모래 위에 쌓은 모래성은 사라져도, 마음 속에 쌓인 추억은 오래도록 단단하게 남으니까요.